바다에는 조난당한 기억과 감정들이 휩쓸리고 있었다. 파도와 함께 부서지고 싶은 여자는 몸에 덮여있는 모든 것들을 벗어낸다. 이윽고 모래사장에는 여자의 체취가 배어있는 옷자락이 항복이라도 하듯 나풀거린다. 이튿날, 익사한 30대 여성의 시신 발견으로 뉴스가 시끄러울 때까지 여자의 핸드폰은 울리지 않았다. 결국 여자의 존재를 기억하는 몫은 바다의 일이었다.
사랑이란 빈껍데기가 주는 소속감 부식(腐蝕)되면 보이는 처량한 알맹이 감추려 찾아 다니던 껍데기들 죽음을 노래 하던 사람 새로운 껍데기는 마음에 드십니까?
내가 가진 것 없는 방랑자라고 떠난 당신은 자유로운 사색가인 척 턱을 괴곤 했지. 고작 어항 속 금붕어처럼 틀에 갇혀 입을 뻐끔거리는 게 당신 삶의 전부면서 말이야. 어항에 비친 여자의 얼굴을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동시에 동경(憧憬) 하지를 않나. 너무 멍청해, 당신은. 나는 립스틱으로 눈 코 입을 그려놓은 여자의 가죽을 벗기러 갈 거야 그 여자는 무엇을 가...
너는 술을 마신 날이면 내게 팔베개를 해주며 나를 안은 채 잠들곤 했었지 네 콧김을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던 지난밤들 사이 너의 몸에 엉켜있던 나는 빈 잔을 들이키며 불면증에 건배를 들고 동이 트면 새우잠을 청해 꿈속에서는 항상 비가 와 우리가 걷는 길만 빼고 너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잖아 나는 그때 마다 너의 손가락을 따라 허공에 그림을 그리...
앙상한 몸뚱이는 고작 메마른 숨을 내뱉는 게 전부였다 추운 것을 유독 싫어하는 너는 내년에도 겨울이 온다면 그냥 죽어버릴 거라며 나를 겁주었고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던 건 찬기가 서린 네 손과 발을 잡은 채 제발 나를 버리고 가지 말라고 눈물을 건네며, 네 이름을 뭉개지도록 읽고 또 읽는 것 뿐이었다 너는 나비가 되어 떠나고 싶다 했는데 매가리 없이 ...
내가 바라는 건 이해가 아니야 사랑도 아니고 그저 나란히 누워 함께 울어주는 것 뿐이야 슬픔을 토해내 굳어가는 내 몸뚱이가 보이니? 네가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무력함에 젖어있을 때, 소리 없는 비명이 내 거친 숨소리가 적막한 방 안을 울리고 바닥에 고여있는 눈물이, 파란색 눈물이 점점 차올라 우리를 덮치고 이 방을 가득 적시면 죽자 빠져 죽어버리자 비...
나약한 생각을 해 사라지지 않는 불안, 그 어디쯤에서 자해하며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만들고 스스로를 가두고 그렇게 살아 잔존하고 있는 네가, 또 내가, 그저 애처롭다 의미 잃은 것들은 죽기 마련인데 허공에서 간신히 날숨만 내뱉으며 천천히 세보는 거지 우리가 구원받지 못하는 이유를 문드러진 심장을 주먹에 쥐고 다들 죽고 싶어 하면서 살려달라그래 죽을 용기도...
다들 가슴 아파할 사랑을 하나씩 가지고 살아가잖아요 내 인생에서 아파할 사랑이 있다면, Y가 내게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은 비록 아픈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별로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를 사랑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나는 현실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가끔 의도치 않게 부딪치는 현실이 괴롭긴 하지만 살아 남으려면 특정 사실들은 잊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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